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관련 FDA 사료정책 [딴지일보 인용] 사는 이야기2008/05/14 02:05

FDA 사료정책의 의미
먼저 송기호 변호사가 제기했던 문장부터 보자. 이 내용은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4월 25일자로 게재된 미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처에 관한 문건 중 일부다.
|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
해석 이전에 이 내용의 성격부터 말하자면, 한 마디로 말해 동물사료로 뭐가 안 되고 뭐가 되는 지 그 허용의 범주를 정한 거다.
송변호사가 이 걸 문제 삼은 이유는, 지난 5월 2일, 아래 우리 정부가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자료>의 밑줄 친 부분이, 이 FDA 관보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2면) |
정부는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도축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소의 사료사용 금지라는, 소위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이걸 정부가 성과라고 내세운 이유는, 유럽과 일본에선 모든 동물사료 자체를 금지하는 반면, 미국에선 죽은 소를 갈아 돼지나 닭과 같은 비반추동물의 사료로 쓰고 있었고, 이를 통한 교차감염의 위험성이 국제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을 통해 검사에 불합격한 소는 사료로 못 쓰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러한 <강화된 사료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30개월 이상의 미국소도 수입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문구의 해석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가 협상 타결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게 바로 이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과연 그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게 어떤 건 지 FDA 관보의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not inspected
백분토론에서 이상길단장과 송변호사는 이 문장의 첫 구절,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에서 'not inspected' 라는 문구를 두고 갑론을박을 했다. 이단장은 이게 합격되지 않았다는 소가 아니라 아예 검사장에 오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고 송변호사는 그게 아니라 검사는 했는데 합격되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했다.

영어 문장으로만 본다면 not은 and로 연결된 inspected와 passed, 둘 다를 제한하기에 그렇게 따로 떼서 해석하면 안 된다. 이상길단장이 틀리고 송변호사가 맞다.
하지만 사실은 그건 사료용 소의 허용 범주를 따지는데 있어선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이 대목에서 엉뚱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정작 사료 허용의 범주를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뜬금없이 영어 독해 논란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일단 우리는 이 대목을 건너뛰자. 왜 그래도 되는 지는 다음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문장의 숨은 뜻
FDA 문구는 구조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를 A와 B로 나누면,
A :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carcass of cattle은 도살된 소의 사체)
B :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이 되는데 해석이 헷갈리는 건 unless 때문이다. 이 unless 를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 하지 않는다면.. 이라고 번역하기 시작하면 말이 꼬인다.
이건 우리 어감에 맞게 그 직관적 의미를 풀면,
A는 안 되는데
단, B는 예외다
라는 말이다. 즉,
A : 식용검사를 받고 통과하지 못한 모든 소는 안 되는데
B :단,30개월 미만이거나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예외다.
이런 규정이다.
사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문장 전반부 A의 '뭐가 안 된다'가 아니다. 안 되는 건 사료로 안 쓴다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정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그럼 뭐가 허용 되느냐 하는, 문장 후반부 B다. 결국 바로 이 B가 사료에 들어가는 거니까.
그런데 이게 참 절묘한 문장이다. 왜냐.
이 문장은 A - '식용검사를 통과 못한 모든 소가 안 된다'라고 하면서 굉장히 강력하고 광범위한 범주의 금지를 한 것처럼 시작된다. 그런데 이게 페인트모션이다. 왜냐. A 의 예외조항인 B를 뜯어보자.
B의 첫 번째, <30개월 미만의 소는 예외>라는 부분.
이 말은 30개월 미만 모든 소는 다 사료가 된다는 거다. 즉,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뇌와 척수가 포함한 전체가 다 사료가 된다. 더구나 unless로 인해 앞의 A - 식용검사를 받고 통과되지 못한 소 - 라는 조건으로부터도 예외가 된다.
그러므로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를 다 포함해도 되고 그리고 식용검사 통과 못해도 된단 소리다. 왜 이게 중요하냐.
생각해 보라. 식용으로 통과된 소는 사료로 안 쓴다. 식용검사 통과했는데 비싸게 식용으로 팔 지 그 아까운 고기를 왜 갈아서 헐값인 사료로 넘기나. 식용으로 통과된 소는 사람한테 팔 수 없는 혹은 안 팔리는 찌꺼기 부위만 나중에 갈아서 사료로 넘기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이 문구는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소를 굳이 사료로 쓰려는 업자들이 있을 때나 적용되는데 그런 업자는 없다. 그러므로 A는 실질적으로는 금지할 게 없는 페인트 모션이란 거다.
즉, A는 얼핏 아, 식용으로 통과된 소만 사료로 쓰는구나 .. 하고 굉장히 강력한 규정이란 착각을 일으키나, 실제로 <무엇을 사료로 쓰는가>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무의미한 문구다.
정작 <무엇을 사료로 쓰는가>에서 중요한 건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가 아니라 통과하지 못하는 소다. 미국에선 한 해 평균 100만두가 자연 폐사한다고 한다.(강기갑의원이 공개한 2007년 9월 -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의 대비 전문가 회의' 자료 및 결과보고 정부 문건)
그러니까 100만에 이르는 식용검사를 통과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폐사한 소와 다우너 소처럼 병든 소, 바로 이런 소들을 사료로는 쓸 수 있는 거냐 아니면 몇 십 개월 들어간 축산비용을 뽑지 못하고 그냥 소각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인 거다.
그런데 <30개월 미만의 소는 예외>라고 정함으로 해서,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자연폐사 하거나 병이 들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소도 전부 다 사료로 활용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게 바로 숨어 있는 뜻이다. 미 축산농가와 사료업체 그리고 육가공업체 등 관련산업전반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미 정부의 배려 되겠다.
B의 두 번째,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예외>라는 부분.
B의 첫 번째에서 30개월 미만을 전부 허용했으니 당연히 남는 건 30개월 이상이다.
즉, 30개월 이상의 소는 뇌와 척수가 제거되기만 하면 다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 역시 unless에 걸려서 뇌와 척수만 제거하기만 하면 식용검사와도 무관하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30개월 이상 된, 폐사되었거나 병들었거나 식용검사 불합격한 소라도 뇌와 척수만 제거한다면 전부 다, 버릴 필요 없이,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게 FDA 공시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다.
A를 통해 뭐가 안 되는 지를 정한 것처럼 페인트 모션을 쓰고, 실제론 B를 통해 뭐가 사료로 되는 지를 정한 것이다.
정리
결국 이 강화됐다는 규정을 정리하면 사료로 쓰일 수 있는 부위는,
1)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팔지 못한 모든 찌꺼기 부위
2) 식용검사와 상관없이 폐사하거나 병든 소를 포함하는, 30개월 미만 모든 소의 모든 부위
3) 식용검사와 상관없이 폐사하거나 병든 소를 포함하는, 30개월 이상 모든 소의 뇌와 척수만 제외한 모든 부위
가 된다. 그러므로, 사료에서 빠지는 것은 단 두 가지다.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
그러니까 논란을 일으킨 FDA의 원문을 페인트모션 없이 쓰면 이렇게 된다.
모든 걸 다 사료로 쓸 수 있다. 단,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예외다.
장담하건 데, 미국 정부관료들이 미국 업자들에게 강화된 사료조치의 내용을 설명할 때는 관보처럼 복잡하게 안 한다.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소는 업자들이 알아서 식용으로 팔 테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 업자들이 궁금해하는 식용으로 쓰지 못하는 소에 대해서는,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게다.
폐사했든 병들었든 식용검사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전부 다 사료로 사용하세요. 한국에는 우리가 뭔가 했다는 표시는 내야 하니까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 척수만 제거하시구요.
그런데 광우병 위험물질, 소위 SRM이 뇌와 척수만 있는 건가. 무슨 소린가. 다음은 캐나다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의 SRM으로 정의한 부위들이다.

뇌와 척수 외에도 일곱 개 부위가 더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아래 공식 답변,
|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1)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2)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 |
중에 (1)번 부분은, 정부가 요즘 그렇게 떠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장으로 바꾸자면 이렇다.
"광우병 위험물질 중 뇌와 척수만을 제거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머리뼈, 척추, 편도, 내장, 장간막 등은 사료에 그대로 포함됩니다. "
그리고 (2)번 밑줄 부분은 그냥 문장 전체가 다 삭제되어야 한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니까.
이런 걸 협상으로 얻어낸 거라고 내세우는 염치도 가관이지만, (1)의 문장처럼 어떻게든 그 위험을 숨기려는 태도는 정부가 자기나라 국민을 기만하는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것이고,
나아가 (2)의 문장처럼 국민의 건강을 건 국가협상의 중요한 내용을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모르고 그랬다면 도저히 국가간 협상을 맡길 수 없는 무능인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지금처럼 확률이나 씨부릴 게 아니라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국민에게 낱낱이 보고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가 유럽과 일본 수준의 동물성사료 전면금지를 이끌어 내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기만 하면, 연령 불문하고 검사 상관없이 병든 소든 폐사된 소든 위험물질까지 포함되더라도, 전부 다 사료로 허용되어도 좋다는 조건을 수용할 줄은 몰랐다. 더더욱 놀라운 건 이걸 성과로 내세운다는 거다.
이게 바로 30개월 이상 소의 모든 부위를 수입하면서 우리 정부가 협상으로 얻어냈다며, 근거로 제시한 <강화된 사료조치>의 정체다.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46&article_id=4194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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